"바가지요금으로 휴가가 겁나서는 안 된다"
"바가지요금으로 휴가가 겁나서는 안 된다"
  • 박주영 기자
  • 승인 2019.08.1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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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로문 민주정책개발원장/법학박사

얼마 전 휴가를 갔다 온 지인이 필자에게 휴가를 다녀왔느냐 물으면서 휴가 계획이 있다면 차라리 가까운 외국에 나갔다 오는 게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왜 그런지 짐작은 하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좀 관광객이 모여들만한 곳이라면 한 가족 세 명 기준으로 1박 2일에 최소한 70만 원 이상은 있어야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단다. 거기에 아이들과 뭐라도 좀 즐기거나 오가는 비용을 합하면 100만원은 기본이라고 한다. 차라리 그 비용이라면 가까운 아시아 여행 계획을 세우고 오래 전부터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한다면 더 풍요롭게 쉬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당일치기로

이로문 법학박사

경기도 가평에 갔다가 인터넷을 검색해 주변에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간 적이 있다. 나름 운치 있게 꾸며 놓았고 넓은 곳에 손님들이 꽤 많아 보여서 잘 찾아왔나보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주문한 닭백숙이 나왔다. 큼지막한 닭다리 하나를 들고 뜯는 순간 너무 질겨서 씹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퍽퍽한 부위를 좋아하는지라 가슴부위를 먹어봤다. 역시 질겼다. 닭이 꽤 큰대다 노계(老鷄)였다. 게다가 익을 정도로만 삶았으니 부드러운 맛이라곤 느낄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부위를 그렇게 많이 남겨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식당 임대료라곤 거의 필요 없는 곳임에도 가격은 서울보다 2만 원 정도는 더 비쌌다.      

어디 이뿐인가. 물 좋고 산 좋은 계곡이나 해변에서 터무니없는 자릿세를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자신의 소유라면 할 말도 없지만 대부분 국유지나 공유지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아무리 막아도 그 때뿐이다. 과태료쯤이야 여름 한 철 수입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것이 어디 필자와 가까운 지인들뿐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눈살 찌푸리는 경험을 한 번 정도는 다 해봤을 것이다. 사실 휴가철 관광지 바가지요금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다. 모처럼 마음 편하게 휴가를 즐기기 위해 예약을 하려는 순간부터 바가지를 쓰기 시작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또 다른 바가지요금이 우리를 기다린다. 서민들에게는 밥 한 끼 한 끼가 겁날 지경이다.    

휴가지에서 바가지요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점점 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바캉스가 아닌 호캉스(호텔에서의 바캉스)를 즐기게 될 것이다. 휴가를 쓰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 휴가를 즐길만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최소한 휴가 가는 게 겁나서는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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