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동행 - `꽃중년'이 얻은 선물
편안한 동행 - `꽃중년'이 얻은 선물
  • 이종득
  • 승인 2019.03.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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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득 금융주치의
(사)서민금융연구원 금융주치의 이종득

글/사진 이종득 금융주치의 =

지난달 2월 하순에 직장퇴직동기 4명이 “작당모의”를 했다. 한적한 평일을 택하여 강원도 첩첩산중의 지방도를 달려 카레이싱도 구경하고, 자작나무숲도 걷고, 99구비라는 한계령을 넘어 푸른 빛을 띤 흰 거품파도가 넘실대는 동해안 속초를 당일치기로 가자고 마음과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경춘고속도로를 달려 인제 IC로 빠져나와 인제 스타디움 경기장 카레이싱 굉음소리를 듣고, 인제군 지방도를 타고 더 깊은 산속인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걷는 계획은 우리들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조급함에 속에서도 식지않는 열정의 몸짓을 차분한 자연의 숲속에서 진정 시키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체험에 더해 들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어낸 인제 두부구이와 두부전골을 먹고 과거 20~40대 많이 넘었던 설악산 한계령을 넘어 등대가 돋보이는 속초바다 영금정에 가서 회 한사라 먹고 4명의 중년남자가 바다만 바라보는 “멍때리기” 시간을 갖고자 했다.

 

 

하지만 출발 전날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일기예보 증명이라도 하듯 오후부터 함박눈이 펑펑내리기 시작했다.

눈 쌓인 강원도 산길을 운행한다는 위험과 어려움은 누구나 알고 있었던 친구들이었지만 선뜻 여행취소나 연기를 이야기하는 의견은 없었다.

당일 아침 함박눈은 계속내렸지만 약속된 시간에 모여 소위 ‘대책회의”를 하였다.

이런 폭설에 맞서 위험을 감수하며 강원도 산간도로를 간다는 자체가 객기인듯 싶어 가까운 곳으로 설경 드라이브겸 향 진한 커피한 잔을 목표로 하고 양수리 두물머리로 차를 몰았다.

대설주의보가 광고가 된 듯 차량통행은 많지 않았고, 덕분에 차창 밖 한적한 두물머리 양수리 강변의 설경은 평소보다 더 진한 수묵화로 다가오며 우리의 마음과 눈을 한 곳으로 잡아두고 있었다.

차창 밖 정적인 설경은 차량속 대화를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대화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 동안 아껴두었던 서로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가감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떠들어대는 시간이야 말로 편안한 모습과 다정한 말투로 구현되었다.

햇수로 29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늘 함께하는 친구들과 필자의 이야기다.

혈기왕성하고 열정과 의욕이 넘쳐나던 20대 후반에 청운의 꿈을 품고 금융회사에 입행해서, 역사에 기록된 사건들과 직접 접하게 된다.

금융실명제 실시, IMF국가부도 및 구제금융, 미국 9.11테러, 카드사 부실대란, 리먼브러더스사태 등을 몸소 겪으면서 격동의 사회 속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직장 친구들로서 야근과 휴일을 마다하지 않고 가족과 나를 위해 고객과 더불어 치열하게 살아왔다.

 

 

살면서 소박한 승진의 바람도 이루기 힘든 경영진의 야망도 품어봤고 셀 수 없는 스트레스와 실적압박을 이겨내고 55세 현실적 정년에 도달하여 명예퇴직을 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직장 근무중 휴가는 일년에 한 번, 여름 한 철에 갈 수 있는 하계휴가가 전부였다고 할수 있다. 물론 평일 및 평소에 휴가 사용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일 아니면 평일이나 평소 휴가는 쉽지 않았고, 설령 평일 휴가를 사용하더라도 무언가 쫓기듯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헌데, 퇴직한 지금 우리들에게 너무나 편안한 자유와 행복이 찿아왔다. 오랫동안 정형화된 틀과 구속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인지 오늘 같은 여행이 꿈만 같다.

그렇다고 소중했던 직장생활을 폄하내지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 동안 일 때문에 모르고 지냈던 자유의 소중함 인가? 29년 직장생활을 유사한 환경속에서 비슷한 생각과 행동으로 짜여진 틀속에서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을 확보하였다. 55세 꽃중년이 되면서 얻은 선물인 것이다.

 

눈이 제법 소복하게 쌓인 커피숖에 도착했다. 지나간 자취가 없는 하얀 눈위에 발자욱을 찍어 봤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향 짙은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빵을 시켜놓고 우리는 순식간에 시간을 되돌려 30년 아니 40년 동안의 이야기에 몰두했다. 별의별 이야기가 끝도 없이 튀어 나왔다.

웃고, 맞짱구치면서 뭔? 말들이 그리 많은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잘거리며 해맑은 표정으로 자유와 편안함을 만끽했다.  

얼마전 ㅇㅇ사 광고문구에 ‘여행은 자유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필자도 자유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에 더해 꼭 한번 더 생각해 볼, 또 다른 여행의 의미는 ‘시간여행’ 이라고 배워왔다.

대부분의 여행이 내가 살고있는 곳을 떠나 장소를 옮기면서 구경하고 느끼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여행’ 만을 생각하는데 필자가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는 강민수(바보클럽,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시간여행’의 의미다.

의미있고 소중한 여행일수록 공간만의 이동이 아니라 마음을 어느 방면에 두고 답을 찿아내는 시간여행의 의미를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일상적 생활공간을 여행을 통해 바꾸다보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여행에 탑승하는것이 아닐까?

4명의 퇴직친구들은 눈이 오는 날 두물머리 양수리 설경속 공간여행을 하면서, 30~40년 전 시간으로 돌아가 그야말로 시간여행을 함께 한 것이다. 머물렀던 시간만큼 주변환경과 생각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동년배 중년들은 ‘편안한 동행’으로 마음을 모으는 여행을 한 것이다.

아늑하고 편한 공간속에서 진한 커피를 다 마시고, 우리들은 다시 “작당모의” 하여 다음코스로  눈 쌓인 겨울 수목원을 향해 행복한 드라이브를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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