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여행-2. 풍경과 사람 그리고 흥에 취하다
풍류여행-2. 풍경과 사람 그리고 흥에 취하다
  • 권오만
  • 승인 2019.03.08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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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월정사-일주문

글/사진 권오만 교수 (경동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

시골장터의 여운을 잔잔하게 느꼈던 진부장터를 뒤로하고 다시 원래의 여행 목적지 오대산 월정사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권오만 교수

 

혼자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래된 절이나 유적지 등에서는 사전 예약 또는 현장 접수를 통해 그 지역 문화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다면 절 또는 유적지와 관련된 내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의미 없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올 수 있습니다.

사찰, 또는 절(혹은 가람이라고도 합니다)은 종교적인 공간 이외에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문화적 숨결을 함께 해온 곳이기에 곳곳에 위치한 절을 테마로 여행하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오대산 월정사를 둘러보기 전 종교적인 공간인 절에 대해 여기서 조금만 더 깊이, 그리고 제대로 느껴볼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대한 정리를 팁으로 적어 볼까 합니다.

큰 절에 딸린 작은 암자가 아닌 일정한 규모이상의 사찰을 방문할 때 우리가 제일 처음 마주한 공간은 일주문 공간입니다.

일주문(一柱門 ) 우리가 편한 말로 '절'이라고 하는 '사찰'에 들어서는 여러 산문(山門, 대개 일주문- 천왕문 또는 사천왕문-불이문-범종루 등의 누각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가운데 첫 번째 문으로 대개 두 개의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는 데서 유래된 말입니다.

보통의 건축물은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중심을 잡기도 힘들게 굳이 한 줄로 기둥을 세운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건축구조물 또는 공간 디자인에 철학적,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죠.

그 의미와 역할을 설명하자면 우선, 일주문의 역할은 일반인들의 세상인 속세와 수도의 공간인 성역을 구분 짓는 역할입니다. 일주문 밖은 속세, 일주문을 넘어 들어온 공간은 온 마음을 정진하여 수도하는 공간으로 구분되는 것이죠. 따라서 이 문을 들어서면 부처님께 귀의하여 일심으로 정진하여 수도를 하라는 의미와 그렇게 하리라는 굳은 결의가 담겨있는 것이고, 다시는 이 문을 넘어 속세로 돌아 갈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답니다.

월정대가람-현판
월정대가람-현판/ 월정사 일주문(두개의 기둥을 일렬로 세워 무거운 지붕을 받치고 있는 구조가 특이하다)

일주문을 들어서기 전에 처마 밑 공간을 보면 절의 이름을 알리는 현판이 있습니다.

현판은 건물의 문 위나 처마에 걸어놓는 명패와 같은 것인데 가끔 해설하시는 분들이 편액이라고 설명하는 때도 있습니다. 제가 월정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편액이라고 설명을 하셨는데 굳이 따져 구분하여 현판이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편액은 주로 누각이나 정자를 다녀간 유명한 시인이나 묵객이 그곳에서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 풍정을 시로 읊은 내용이나 건물을 수리, 보수한 기록 등을 내부 천정부에 글이나 시로 써서 걸어 놓은 액자와 같은 것이라 하면 구분이 될 것 같습니다(광화문에 이름을 써놓은 현판, 죽서루와 같는 누각 내부 천정에 걸어 놓은 정조 어제시 편액 등이 있습니다.)

서두가 길어 졌는데 월정사 일주문 현판에는 사진에서 보다 시피 월정대가람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월정사 대가람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려볼까요?

혹시 가람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요?

소위 절밥(?)을 좀 드신 분들은 스님들이나 불자들을 통해서 가람이라는 단어를 들어 보셨을 테고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젊었을 때 한때 유명한 가수 ‘가람과 뫼’를 떠 올린 분들도 계실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을 떠 올려 순 우리말로 가람은 '강'이라는 뜻이라 이 의미로 이해하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사실 가람(伽藍)은 순 우리말도 아니고 한자나 중국어도 아닌 범어[梵語, Sanskrit-고대 인도의 표준어로 과거에는 산스크리트 어를 통한 문학적 창작 활동이 활발했으나, 지금은 주로 힌두교 학자들 사이에서 학술적 의사 전달 수단으로 쓰인다고 합니다]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원래는 '승가람마 또는 샹가람마(외래어라 그렇습니다)'라는 말을 한자로 줄여 표기한 말로 의미는 ‘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 곳’, 즉, ‘절’이라는 뜻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는 성당, 교회당, 명륜당(유교의 강당) 등 대부분의 종교적 건축물에 당이란 한자를 사용하는데 굳이 절은 OO사(寺)라고 할까요?

이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 올 때 외국에서 모셔온 스님들의 거처를 '홍로사'라고 하는 이름의 일종의 중요한, 귀한 사신들을 모시는 곳에 정해서 계시도록 하다 보니 이후에 사람들이 불교와 관련된 공간을 특별히 OO사(寺)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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