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여행-3. 풍경과 사람 그리고 흥에 취하다
풍류여행-3. 풍경과 사람 그리고 흥에 취하다
  • 권오만
  • 승인 2019.03.1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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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대산 월정사-일주문의 목조 구조물

글/사진 권오만 교수 (경동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

한옥으로 지은 많은 건축물에 공통적으로 해당하지만 특히 사찰의 일주문을 보면 특별한 부분이 있습니다.

권오만 교수

 

우리 건축이 세계적인 기술과 공간 디자인에 내재된 철학, 그리고 서양의 건축물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하고 차원 높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물론 제 생각입니다만 여러분들도 제 얘기를 들으시면 동의하실 겁니다.

전통 건축물의 백미는 바로 공포(栱包)라는 부분입니다.

일주문은 기둥 2개로 문에 해당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와와 많은 목조 구조물로 구성된 지붕이라는 무거운 건축물의 하중을 물리적으로 떠받치도록 하는 만들었는데 두 개의 기둥만으로도 균형을 지극히 잘 잡고 있어 서양의 건축설계, 시공기술자들의 시각으로 판단할 때 우리의 전통적인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자 쉽게 납득하기 힘든 디자인일겁니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이렇게 한번 상상 해볼까요? 나무젓가락 두 개로 접시를 받쳐서 세워놓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필요하다면 접시와 나무젓가락을 접착을 해도 무방하지만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두 개의 나무젓가락 또는 기둥으로 접시 또는 지붕과 같은 모양의 하중이 있는 구조물을 지지하며 오랫동안 세워놓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을 사찰의 건축에서는 오래전부터 정해진 형식으로 해결해 왔고 지금까지 오랜 세월의 무게를 지탱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엄지 척!!!, 쵝오!!!, 님 좀 짱인 듯"이죠?

물론 이렇게 눈에 보이는 실체적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전통적인 건축기술은 정말 대단한데 사실 이것보다 더 훨씬, 비교조차 안 되는 차원 높은 건축의 실력은 공포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구체적인 설명 이전에 공포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공포는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주두(柱頭), 소로(小擄), 살미(山彌), 첨차(檐遮) 등의 부재들로 짜 맞추어 구성된 목조구조물로, 포(包)라고도 하며 지붕의 무게를 기둥에 전달, 지지하는 기능을 하는 구조물인데 조금 더 단순하게 설명을 하면 "기둥과 지붕사이에서 지붕을 떠받치는 일종의 목구조 장식을 공포"라고 하는데 사실은 이 보다 훨씬 복잡하고 많은 부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포 구조는 두 가지 형식으로 나뉘어 기둥위에서만 하중을 받쳐주며 기둥에만 공포가 올려졌다는 의미로 주심포형식과 기둥뿐이 아니라 많을 다(多)의 의미처럼 많은 공포가 기둥과 기둥사이에도 있다는 의미의 다포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찰의 대부분의 일주문 또는 건축물에는 주심포형식이 아닌 다포식(또는 다포계라고도 합니다)으로 지어졌습니다.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여행을 다니면서 전통가옥이나 여느 사찰 앞에 설치된 표지판에서 표현하는 다포식이니 주심포형식이니 하는 내용의 의미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월정사 일주문에 대해 이야기 하다 공포에 대해 조금 길게 설명을 하였는데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참조해서 월정사 일주문 사진 속에서 어느 부분이 공포에 해당하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일주문 안으로 들어와서 뒷면을 찍은 사진입니다.

 

월정사 일주문

 

제가 설명 드린 공포를 찾으셨나요? 혹시 찾으셨다면 우리나라의 건축이 세계 최고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굳이 한옥의 부재중 공포를 설명하고 있는 어떤 특별한 점을 느끼실 수 있으시나요?

대개는 찾지 못하시고, 늘 보던 한옥에 단청을 칠한 모습인데 하며 특별함은 찾아내기 힘드실 겁니다. 그렇다면 같은 사진을 확대하고 명암처리를 한 다음 사진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일주문 공포불
목조 건물의 공포구조

 

이제는 확실히 뭔가 보이시죠?

바로 오방색으로 단청이 칠해진 공포와 공포 사이에 어두운 색의 빈공간이 보이고 바로 그 빈 공간이 어떤 상징적인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아챘을 겁니다.

검정색으로 비어있는 공간이 마치 부처님께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형상을 닮았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어떻습니까?

직접 형상을 조각하거나 구조물로 만들어서 의도하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 아닌 부재와 부재 사이의 빈 공간의 형상을 건축물이 존재하는 공간, 즉 사찰이라는 종교적 공간의 상징적 주인공인 부처님의 형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차원 높은 디자인과 설계 시공 능력은 세계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 공포사이의 빈 공간을 이용하여 만든 부처님의 형상을 '공포불'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공조여래좌상(空造如來坐像)'이라 이름을 붙여 보겠습니다.

공기(허상)로 만든 석가모니의 앉은 모습이라는 의미이니 명명법상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우리의 전통 건축기술이 세계적이라는 데 동의하시고 공간과 부재를 다루는 디자인 능력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지시죠?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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