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旅行)은 여행(餘行)이어야 한다.
여행(旅行)은 여행(餘行)이어야 한다.
  • 박주영 기자
  • 승인 2019.04.11 0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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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민주정책연구원장/법학박사

이로문 민주정책연구원장(법학박사)  =

이로문 법학박사
이로문 민주정책연구원장

 

여유가 없어서 여행을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여행을 하면서도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 않은 것 같다.  

여행을 가기 위해 일단 운전대를 잡으면 오직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후배가 있다.

이 후배는 국도를 달리다가 금강산 버금가는 절경을 만나도 목적지가 아니면 지나쳐 버리고 웬만해서는 휴게소에 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정해진 장소를 돌다가 정해진 시간에 이동한다.

후배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여행의 여유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후배를 보면 무슨 ‘여행이라는 미션(mission)’을 달성해야만 하는 것처럼 쫒기 듯 여행을 한다. 우리가 여행할 때 여행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여행은 성취해야 할 목표가 되어버린다.        

 ‘여행에 있어서 여유는 필수 불가결이다’ 여행에서 여유가 빠지면 여행이 주는 만족을 얻기 힘들어진다. ‘旅行(여행)은 餘行(여행)이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보게 되고 느끼지 못했던 감성들로 가슴과 마음을 채우게 된다.  

본래 여행은 그 속에 여유가 포함되어 있다. 여행이란 한자 속에는 ‘나그네처럼 다닌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나그네에게는 항상 여유가 있다. 나그네에게도 목적지가 있을 때가 있지만 오직 그 목적지만을 향해 가지만은 않는다. 길가다 목적지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면 잠시 그곳에 머무른다. 산에 오르며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돌과 바위를 무심코 지나쳐 버리며 오직 정상에만 오르려 한다면 그것은 등산이 아니라 정복이다. 여행도 그렇다. 여행지에서 쉼과 감성의 여유가 없다면 여행을 위한 여행이 돼버린다.

‘여행이란 삶의 공백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쉼이다’ 여유는 그 공백을 넓혀주는 기능을 한다.  여행을 계획할 수는 있지만 추억이나 행복까지도 계획할 수는 없다. 떠나기 전에는 충분히 계획하되 여행을 계획할 때 충분한 ‘쉼표’를 넣으면 여행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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