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행에서 지켜야 할 기본
[칼럼] 여행에서 지켜야 할 기본
  • 박주영
  • 승인 2021.09.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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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행에서 지켜야 할 기본

-이로문 법학박사

한 여름 해변의 밤은 낭만 그 자체다. 별빛이 쏟아지는 해변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거나 커피를 마시며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추억을 쌓는다. 하지만 숱한 사람들이 버린 양심은 어둠에 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날이 밝아야 추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침에 산책이라도 하려고 해변을 걷다보면 어젯밤 감춰졌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저기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널려져 있고, 노골적으로 버리고 간 플라스틱 1회용 그릇들이 백사장 위에 널려져 있다. 어디서 이러한 흉측한 모습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깊은 산속 계곡을 비롯해 여름철 피서를 즐길만한 곳이라면 꼴 보기도 싫은 이런 광경은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차박(車泊)을 하거나 캠핑을 하는 장소도 예외가 아니다. 주변의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을 정도니 여행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로문 법학박사

사람들은 공기가 좋고 깨끗한 산과 바다를 찾아 피서나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안식을 가지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찾는 여행지나 피서지가 사람들이 버린 온갖 쓰레기로 덮여져 있다면 그런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아무리 공기가 좋고 경관이 빼어나다 하더라도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나 관광지가 항상 깨끗한 것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깨끗하게 이용해서가 아니다. 여행객이나 관광객이 돌아간 뒤에 많은 주민과 지자체가 땀을 흘려가며 몇 시간에 걸쳐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하룻밤 사이에 수십 개의 쓰레기봉투를 채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다. 이쯤 되면 여유를 가지고 산과 바다를 찾았으면서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할 여유는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닐 봉투 하나만 있으면 5분 정도만 할애해도 자신들이 앉은 자리의 흔적을 없앨 수 있을 텐데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자연을 훼손하거나 오염시킬 수 있는 잔존물을 남긴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유를 즐기면서도 쓰레기를 치울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고 청결한 여행지를 원하면서도 진작 자신들은 자신들이 남긴 쓰레기 하나 챙기지 못하니 말이다. 물론 다 마시거나 먹고 난 다음에 쓰레기통을 찾아서 버린다는 것이 귀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버린 것까지 주워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 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만들어낸 것은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게 기본이 아닌가.

필자에게는 등산모임이 하나 있는데 회원들은 작은 산을 오늘 때에도 항상 등산가방을 챙긴다. 사실 거기에는 물병 하나와 초콜릿 하나가 전부기 때문에 귀찮게 가방을 맬 필요는 없다. 언젠가부터 필자도 꼭 등산가방을 매고 간다. 이유는 빈 플라스틱 물병과 빈 봉지를 담기 위해서다. 등산 가방이 없으면 남은 쓰레기를 챙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아주 작은 비닐 조각 하나라도 산에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사람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해변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심각성이 더해간다면 머지않아 산과 계곡에 오르내리거나 해변에 출입할 때 출입비를 받아야 날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환경부담금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여행하거나 피서를 즐기면서 자연을 혹사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언젠가 우리가 즐겨 찾는 곳이 우리의 잘못으로 찾고 싶지 않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찾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들이 찾아도 좋은 곳으로 남겨두는 것이 자연에 대한 기본이다. 다 기본을 지킨다면 더 기분 좋은 여행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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