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물은 사람일까, 물건일까?
[칼럼] 동물은 사람일까, 물건일까?
  • 박주영
  • 승인 2021.12.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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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칼럼] 동물은 사람일까? 아니면 물건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거나 의문을 품었던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머뭇거릴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 또는 관심이 깊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질문만큼 엉터리 같은 질문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로문 법학박사

위 물음에 대한 정답은 ‘물건’이다.

민법은 사람 아니면 물건으로만 구분한다. 사람은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가 되고 물건은 그 객체가 된다. 적어도 우리나라 민법에 따르면 동물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물건이다. 동물애호가 내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선뜻 동의하기 힘들고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도 아니지만 어떻게 동물이 물건일 수 있냐며 항의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이 현실적, 법리적으로 볼 때 무리는 아니다. 현행 법체계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 되지만 외국에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법률의 규정이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전 민법에 이러한 규정을 두었으며 스위스나 프랑스도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방향으로 민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동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생명의 주체로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극히 바람직한 방향이다. 법적으로 굳이 동물과 물건으로만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논문을 통해 민법상 사람과 물건의 이분법적 개념을 고집하지 말고 중간개념(中間槪念)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법적으로 보면 동물을 학대 또는 상해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면 손해배상금의 하한과 상한이 달라진다. 물건으로 볼 때와 비교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형법상 손괴죄로 처벌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동물을 압류하는 방법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물건을 압류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물을 물건에서 제외한다면 법적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련된 법을 연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법적 효과보다 더 큰 것은 생명에 대한 사람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을 물건으로 대하는 것과 생명이 있는 주체로 대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입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할 때마다 “사람의 인식이 제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제도가 인식을 견인하기도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법 개정을 해야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개념은 단순히 반려동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동물에 적용된다.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동물은 생명으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동물을 존중하는 사람이면 거의 대부분 사람을 존중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 역시 대부분동물을 존중하리라 생각한다. 인간과 동물은 지배하는 주체와 지배 당하는 객체의 관계가 아니다. 상생하고 공존해야 하는 관계다.

동물은 사람일까? 물건일까? 이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졌다. 동물에 대한 사람의 인식도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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