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행도 일탈하라
[칼럼] 여행도 일탈하라
  • 박주영
  • 승인 2022.02.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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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일탈하라

/이로문 법학박사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여행은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행위다.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로부터 일탈할 수 없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흔히 “여행을 떠난다”고 표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여행이라는 일탈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이탈을 의미한다. 즉 일상적이고, 반복적이고, 너무나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이탈이다.

여행을 떠나는 일탈 못지않게 여행을 가서도 낯선 곳으로의 일탈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결코 낯설지 않다. 여행을 갔다기보다는 우리가 쉬는 날이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자주 찾는 장소를 사람들이 많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여행의 목적지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잘 알려진 곳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행객은 그런 여행지에서 숙박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여행지에 가보면 실제로 그곳에 숙박시설, 식당이 밀집되어 있고 사람들이 몰린다. 산과 바다가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바로 여행도 일탈이 필요한 이유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식당과 술집이 밀집한 여행지에서 이탈해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을 해보자. 의외로 그런 곳에서 마음의 평온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낯선 곳이라 해서 전혀 이상한 여행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하다는 관광지에서 몇 백 미터만 떨어진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사람들이 뜸해 한산하기까지 하다. 낯선 곳이다. 유명 관광지 바로 옆인데도 여행객들은 이곳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필자는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강릉을 찾는다. 강릉을 찾은 횟수로 따지면 강릉시장이 표창을 줘도 모자란다. 이처럼 강릉을 여행해도 지겹지 않은 것은 일탈 때문이다. 남들이 찾지 않는 한적한 해변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여행객이 잘 걷지 않는 울창한 해송 숲을 걸으며 소나무 향도 음미해본다. 해송 숲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고 바라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동해의 해가 해송에 걸친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다. 드라이브 삼아 강릉의 다른 해변을 달려본다. 바다라고 다 같은 바다가 아니며 해변 동네라고 다 같은 동네가 아니다. 강릉의 중앙시장에 가서도 북적거리는 골목보다는 일부러 한산한 골목으로 가본다. 시장다운 냄새를 느끼고 싶어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맛 집을 찾아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마을 어귀에 있는 생소한 식당도 자주 찾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 집 못지않은 곳도 꽤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강릉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식당이 밀집한 경포해변을 좀 걷다가 차에 올라타 안목해변으로 향한다. 휴일이면 서울 시내보다 더 막히는 커피거리에서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커피숍에서 긴 줄을 선다. 도심의 여느 커피와 전혀 다르지 않은 커피다. 그나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자리라도 잡으면 아주 운이 좋은 것이다. 조금만 벗어나면 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바닷가 소박한 카페는 추억의 깊이를 더한다. 어느 시골길 야산 밑에 생뚱맞게 자리 잡은 커피숍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옆에 있는 사람과의 거리를 더 좁혀준다.

틀에 박힌 일상을 떠나 틀에 박힌 곳으로 여행을 가서 틀에 박힌 것을 보고 틀에 박힌 생각을 한다면 여행의 의미가 있을까? 여행도 일탈을 해야 한다. 누구나 다 찾는 곳을 조금만 더 벗어나 보자. 그저 그런 여행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전환을 재설계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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