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칼럼]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 박주영
  • 승인 2022.04.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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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몇 년 전일까? 대만으로 패키지 단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필자는 지인 2명과 함께였고 나머지 20여 분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일행 중 10여 분은 평균 연령이 약 70세 정도로 흰 머리가 자연스러운 어르신들이었다.

우리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대만 여행 일정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예류지질공원으로 출발했다.

이로문 법학박사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차장에 관광버스를 세워두고 적지 않게 걸어야 했다. 어르신들은 오전 일정으로 좀 지치셨는지 좀 걸어야 한다는 가이드의 안내를 듣자마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힘들어서 그러니 젊은이들은 다들 다녀오라고 말씀하셨다.

필자는 옆에 계신 어르신께 그래도 천천히 같이 가자고 말씀드렸더니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노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네. 젊을 때 재미있게 놀게. 우리 걱정 말고 다녀 와”라고 답하셨다. 공원에 다녀오는 동안 어르신들은 주차장 가까운 곳에서 쉬고 계셨다. 거의 15년 전쯤의 일이지만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여행을 갈만한 경제적 여유도 충분하고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마음 한 쪽이 씁쓸해진다.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청춘을 바쳐 일하면서 아들 딸 잘 키워서 시집 장가 다 보내놓고 여행 좀 다녀볼 만 하니 어느새 몸이 따라주지 않을 연세가 되셨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란 민요의 한 자락을 피부로 느끼고 계신 것이다.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나이가 들어서도 시들어지지 않는데 현실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을 당연한 것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여행은 생애 전 주기에서 느끼는 인간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애 전 주기의 욕구가 생애 전 주기에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경제적 여력이 없어 여행을 하지 못한다. 경제적 여력이 될 만하니 일에 치여 시간이 따라주질 않는다. 경제적 여력도 되고 시간이 될 만 할 나이가 되니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란 말도 그다지 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젊어서도 놀 수 있는 권리는 사실상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도 문화적 복지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젊어서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아무리 일이 많아도 여행은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 상태가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 여행을 다닐 곳이 많아지더라도 여행 친화적 사회적 환경이 될 수 없다면 젊어서도 놀 수 없고 나이가 들어도 놀 수 없다. 국가가 나서 무상으로 여행을 보내주라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여행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삶을 영위하는 그 순간까지는 놀아야 할 이유를 알고 쉼의 가치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언제 부터 불러온 민요인지는 몰라도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을 잘 새겨봐야 한다. 단순히 젊어서 놀자는 의미도 아니고 늙어지면 놀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젊어서도 놀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다는 것은 단순히 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하거나 쉬더라도 재창조의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여행 역시 재창조의 기회다. 젊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재창조의 기회는 있어야 한다. 재창조를 통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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